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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7-25 23:12
'여행'과 '일상' 사이의 詩
글쓴이 : 이대성
조회 : 1,015
'여행'과 '일상' 사이의 詩
 | 기사입력 2009-07-24 11:15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2779973
 
이철성 시집 '비파 소년이 사라진 거리'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이철성(39) 시인이 11년 만에 내는 두 번째 시집 '비파 소년이 사라진 거리'(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인도 사르나트('붉은 꽃')에서 시작해 방바닥('차 향기')에서 끝이 난다.

인도, 중국, 이집트, 이스라엘, 그리스 등지의 여행에서 쓴 시가 시집 절반을 차지하고, "한 아이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오늘도 걷는다' 중)으로 사는 일상에서 쓰인 시가 나머지다.

"내 평생의 숙제는 여행"이라고 말하는 시인은 낯선 곳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을 통해 지친 몸과 '지친 시'를 모두 달랜다.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의 거대한 나무를 베고 시간을 생각하기도 하고, 중국 주자이거우의 한 호수에서 물속에 감춰진 수많은 얼굴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다. / 그러나 나무는 / 시간 속에서 움직인다. / 이 나무는 천 년 동안 움직였다. / 나무는 너무나 거대하여 그 아래 있으면 / 온통 하늘이 나무고, 땅이 나무고 / 나 또한 나무다. / 나는 나무의 뿌리를 베고 누워 / 시간을 생각해본다."('나무의 시간' 중)

"녹 빛의 하늘 아래 / 녹 빛의 호수는 / 수천 년을 흘러 고여 숲 속에 거울을 만들고 / 지나가는 나그네의 얼굴을 훔쳐 / 물 깊은 곳에 감춰두었다 // 녹 빛의 하늘 아래 / 녹 빛의 호수는 / 어느 청명한 가을날, 바람 없는 날 / 물끄러미 물속을 바라보는 한 나그네에게 / 수많은 얼굴을 보여주었다"('호수' 중)

성기완 시인은 해설에서 "여행사진을 들여다보듯 찬찬히 들여다보시라. 풍경의 물결이 아스라이 치고 나면 그 안에 '시인'이 있다. 그걸 발견해보자"며 이철성 여행시의 독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매일 여행을 그리워하고, 꿈에서도 여행"이라는 시인은 시집 뒤표지에 수록한 산문에서 "여행의 끝이 들판 한가운데이기를, 바람 한가운데이기를" 바라다가도 "아내와 딸아이의 코골이에, 나는 아직 여행 중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시인이 늘 그리워하는 여행에는 일탈을 허락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 뿐만 아니라 "울음과 웃음이 함께 피어오르는" 일상 속 애틋한 여행 역시 포함돼 있을 것이다.

"난 오랫동안 혼자였다. / 그러나 어느 날 / 한 여인이 곁에서 잠에 빠져 있는 걸 보았다. / 그리고 지금 / 한 아가가 날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중략) / 난 오랫동안 혼자였고 / 이제 아가를 끌고 가는 오래된 수레 / 덜그럭! / 울음과 웃음이 함께 피어오른다"('오래된 수레' 중)

163쪽. 7천원.

mihye@yna.co.kr